생살여탈 [生殺與奪]
타인의 생명을 살리거나 죽이거나, 혹은 타인에게 재물을 주거나 빼앗거나 하는 모든 영향력 행사를 행하는 행위를 뜻하는 사자성어인데요.
이 내용이 처음 쓰여진 건 중국의 사상가 한비의 역저 한비자라고 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정치원칙의 삼수편 나오는 내용 중 가장 마지막 내용이라고해요.
당시에는 사자성어의 형식은 아니었고 설명 속에 살생과 여탈의 설명이 있었다고해요.
한비가 말하고자 한 바는 죽이는 것과 살리는 것이나 주거나 뺏는다라는 행위가 그 자체로는 정반대로 보이나 실제로는 같다는 것이었는데요.
살리고 죽이는 건 정반대인데 한비는 어째서 이 행동이 전부 같다라고 주장했을까요?
행위를 하는 주체(A라고 할게요)와 그 행위를 당하는 대상(B라고 할게요)이 정해져 있다는 전제를 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싶은데요.
-A가 B를 죽이든 살리든 모든 것를 뺏든 주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한비는 행위 자체에 대한 것을 동일시하는 주장을 한 게 아니었어요.
B가 어떤 상태에 처해지는지는 순전히 A여하에 달려있다는 절대적인 권력관계를 가리킨 것인데요.
한비가 경고한 대상은 황실이었는데요. 황제가 자신의 막강한 권력을 신하들에게 위임하면 그 힘이 결국 신하들에게 넘어가버리니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해요.
한비는 힘이 분산되면 힘을 잃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이 이야기를 한 것처럼 보이기도하는데요. 하지만 단순히 힘의 분산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었는데요.
역사적으로 왕권을 흔들어 그 권력을 나눠먹는 세력들이 등장하면 나라가 멸망에 이르기까지도 했는데요.
한비는 왕이 왕의 일을 하지 않고 신하들에게 자신의
일을 일임하기 시작하면 신하들이 제각각 절대권력을 휘둘러 나라가 엉망진창이 될 거라고 경고한 것이라고해요.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너무나 확연히 드러나는게 외척이나 간신배들의 활약상인데요. 그리고 그 뒤로 한 나라의 멸망이 필연적으로 이어지는데요.
쓰러져가는 나라를 걱정하며 충언을 하는 충신들도 등장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던 거 같은데요.
그저 쓴소리가 귀가 아프다며 뒤로 숨는 군주들도 많았던 거 같아요.
결국 혼돈과 무기력 속에서 모든 고통은 백성들이 고스란히 떠 안게 됐죠.
하지만 이 모든 게 강건너 불구경으로만 바라볼 수도 없는데요.
그 시대가 꼭 한비가 걱정한 당시에 국한되거나 역사 속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