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블랙코메디
감독/각본 : 루벤 외스틀룬드
러닝타임 : 147분
수상 : 202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등장인물
해리스 디킨슨(칼역) - 자칭 모델(혹은 지망생). 야야의 찍사 겸 남자친구.
찰비 딘 (야야역) - 인기 인플루언서. 협찬이 대부분이라 금전적 수익은 없는 속빈 강정.
우디 해럴슨 (토마스 선장 역) - 유람선 선장(겸 알콜중독자) 이지만 배를 침몰 시키는 일등 공신.
돌리 드 레몬 (애비게일 역) - 유람선의 청소부(겸 조난집단의 선장?).
비키 베를린(폴라 역) - 유람선의 서비스 매니져.
즐라트코 버릭(디미트리역) - 유람선 이용객. 비료 회사 사장.
스포일러 있습니다:)
평등을 강요하는 사회
데이트 장소인 레스토랑에서 대판 싸우는 칼과 아야를 보면 얼핏 남여평등을 이야기하는 듯 하더니 결론은 지갑평등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요. 성인 두 사람이 사랑만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았는데요.
칼은 무명 모델에 어떻게든 꾸역꾸역 데이트 비용을 대고 있었지만 점점 한계점에 다다른 상태였어요. 칼의 여친인 야야는 칼과는 달리 나름 인기있는 인플루언서지만 카드는 한도초과에 협찬으로 제공받는 서비스 이외에는 수입원이 없는 상태였어요. 그렇게 명품(?) 거지 둘이서 레스토랑에서 핏대까지 세우며 계산을 누가 하는지에 대해 싸우지만 절대 지갑문제라고 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대놓고 돈을 운운하는 건 저급한것 이상으로 자기 부정이라도 되는 것 같아 보였어요. 칼은 남여평등을 운운하며 야야를 가르치려고 하고 야야는 칼에게 협찬을 제공하는 자신의 위치를 새삼 각인시키면서도 데이트 비용을 대지 않은 건 칼의 남성성을 시험하는 일종의 테스트였다는 괴론을 펼치는데요. 야야의 주장대로라면 어쨌든 데이트 비용을 낸 칼은 테스트 통과가 아닐까 싶기는 했어요.
돛이 더럽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깊은 부분이었는데요. 유람선에서 노부부가 등장해 그 중 여자분이 유람선이 너무 훌륭하고 좋은데 딱 하나 돛이 더럽더라라는 민원을 하는 장면이었어요. 비키는 그녀의 말에 부정적인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공감 멘트로 대응했지만 분명 돛을 청소할 생각은 없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토마스 선장에게도 같은 민원을 넣었고 토마스는 유람선에는 돛이 없다고 말을 했으니까요. 토마스 선장의 말에 그녀는 그럴리 없다고 분명 팜플렛에도 멋진 돛이 있었고 그 돛을 자신이 분명 봤고 매니져도 돛을 잘 관리하겠다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토마스 선장도 결국 돛이 있다고 인정하고 그녀는 유람선에서 존재하지 않는 돛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해요. 이게 말이 되는가 싶겠지만 민원을 응대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마도 이 부분에서 쓴 웃음을 짓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없던 걸 만들어 내고, 심지어 그것이 완벽한 유람선 여행에 유일한 흠이라니 말이죠. ㅎㅎ
비료 사업 - 똥장사VS 수류탄 사업 - 민주주의 수호
유람선의 고객은 칼과 야야를 제외하고 전부 부유층들이었는데요. 그중 디미트리는 러시아 재벌로 비료를 팔아 부를 축적했는데요. 유람선에는 그의 본부인과 애인도 사이좋게 같이 따라오는 쿨한 관계(?)였어요.
그리고 민주주의 수호의 상징인 수류탄을 만들어 돈을 벌었다는 부부가 등장하는데요. 부부의 말 속에 수류탄이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말에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는데요. 민주주의가 이미지 메이킹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무기 산업이 (평등과 자유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건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그러다 민주주의의 민낯을 비꼰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어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강대국들이 군수산업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알려진 이야기니까요.
계급주의 타파(파괴?)
유람선은 기상악화와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으로 결국 전복하고 마는데요. 무인도 표류(?) 영화답게 섬에 표류한 생존자들 속에서 계급이 다시 재정립 돼요. 비료 재벌인 디미트리는 적당히 비위를 맞추고 먹거리를 받아먹는 무능력자로 유람선의 외노자 청소부였던 애비게일은 수렵 능력을 인정받아 조난 집단의 선장으로 군림해요.
계급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트러블도 있었는데요. 유람선의 매니저인 비키는 디미트리와 같은 유람선 고객을 계속 대우해줘야 한다고 주장해요. 비키는 돈, 돈, 돈을 외치는 정말 대놓고 물욕주의자였는데요. 그녀에게 계급이나 위치, 지위의 가치 평가는 돈이 유일한 기준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생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받을 경우가 거의 없는 현대사회에서 생존능력이 삶의 기준이 되지 않을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는데요. 애비게일은 그런 비키와 유람선의 생존자들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면서 무인도 집단의 선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물도 없을 거라고 으름장을 놓아요. 비키는 그 순간 자신의 가치 기준을 아주 유연하게 돈이 아닌 생존능력으로 바꿔버려요.
그런데 놀라운건 칼의 존재가치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인데요. 상대가 야야에서 애비게일로 바뀌었다는 것 외에는 그녀들의 성적 대상인 건 매한가지였어요. 칼은 다른 모든 캐릭터(심지어 IT기업가가 당나귀를 때려 죽이기도 했어요;;;) 가 자신을 버리고 생존세계로 뛰어든 상황에서도 자신을 바꾸지 않아요. 그리고 상대에게 믿도 끝도 없이 자신을 인정해 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해요. 성격이나 행동만 봤을 때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을까 걱정될 정도인데요. 그럼에도 칼의 성적 매력은 막강한 고유가치가 있었는데요.칼에게 있어 성적 매력은 변화에 따른 성장과는 관계가 없을지 몰라도 포식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고유가치라는 점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슬픈 평등
한 여자 손님의 등살에 못이겨 유람선의 전직원이 뜬금없이 미끄럼틀을 타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직원들에게도 자신들과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밀어붙인 결과였어요. 요리를 하다말고 쉬다말고 일하다말고 전직원이 미끄럼틀을 타야만했는데요. 평등을 가장한 미끄럼틀 타기에 동원된 직원들은, 돈을 주는 대상이 무엇을 시키든 해야만하는 노예나 다름없이 보였는데요. 평등이 이렇게 짜증나고 슬픈 단어였나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탁상공론 쇼
선장이 주재하는 선상 파티는 심각한 기상상황에서 이뤄지는데요. 식사 내내 여객선은 미친듯이 흔들렸고 결국 거의 모든 관객이 멀미로 구토를 쏟아내고 말아요. 그렇게 엉망으로 파티가 끝난 뒤 토마스 선장과 디미트리만 남아 뒤풀이를 벌이는데요. 사회주의의 대변인인 토마스 선장과 자본주의의 대변인인 디미트리는 술 마시기 내기를해요. 각자가 대변하는 대표 사상가들의 명언들로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말문이 막히는 쪽이 마시는 거죠. 화면상으로는 사회주의가 우세했던 건지 디미트리가 좀 더 마신거 같았는데요. 그러고보면 명언을 주고 받는 대화 형식은 나름 신선하기는 했지만 영화로 보기에는 대화 양이 너무 많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했던 거 같아요.
슬픔의 삼각형은 모델들 사이에서 쓰이는 말로 양미간의 주름을 말하는 거라고 하는데요. 미의식이 남다른 모델계에서 주름을 좋아할리가 없는 건 당연한 일일 텐데요. 단지 이제는 대놓고 싫은 내색을 할 필요가 없어졌는데요. 차별적 행동이나 언행은 안된다는 외침은 브랜드나 상업적 멘트로 전락한지 오래됐기 때문이죠.
마지막 장면에서 야야와 애비게일은 표류한 섬이 무인도가 아니라 관광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무인도에서 선장 자리를 꿰차고 있던 애비게일은 자시의 위치가 무너지는게 두려워 야야를 돌로 쳐죽이려고해요. 하지만 야야가 애비게일에게 비서로 일해달라고 말하자 행동을 멈추는데요. 우정이 피어나는 순간을 그리는 아름다운 이야기 같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야야 입장에서만 그랬던건데요.
애비게일은 현실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절망했고 야야 한 명을 죽여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된 거 같았어요.
그리고 칼은 엄청 뛰는데요. 앞으로 야야한테는 찍사와 모델 남친이 다시 필요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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