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각본 & 감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
국가 : 스페인
등장인물
안토니오 반데라스 (로베르트역) -피부과 의사
엘레아 아냐야 (베라역) - 인체실험체
마리사 파레데스 (마릴리아) - 가정부
로베르토 알라모 (체카) - 마릴리아의 아들
블랑카 수아레스 (노르마) - 로베르트의 딸
크리스티나 - 양장점 직원
풀헨시오 - 로베르트의 동료
길 - 로베르트의 부인
비센테
로베르트는 인공피부를 연구하는 전도 유망한 피부과 전문의예요. 사회적 성공과 명성으로 잘 나가는 그였지만 슬픈 가정사가 있었는데요.
그의 부인인 길은 체카라는 내연남과 도망치다 사고로 큰 상처를 입는데요. 자신의 흉한 모습을 본 충격으로 자살로 생을 마감해요. 그리고 외동딸인 노르마는 길의 자살을 목격한 뒤로 정신이 온전치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날 로베르트는 결혼식 참석을 위해 딸과 외출을 하다 그만 딸을 놓치게 되는데요. 애타게 딸을 찾아다니던 중에 비센테라는 청년과 스쳐지나가는데 그가 나타났던 곳에서 딸이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해요.
노르마는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었는데요. 로베르트는 그녀를 데리고 돌어가지만 딸은 결국 자살하고 말아요. 그때 로베르트는 자신과 엇갈린 비센테가 딸을 범했다고 생각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를 납치하게 돼요.
비센테는 로베르트의 딸 노르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한 건 맞지만 상호합의는 된 상태였어요. 하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았던 노르마가 추행당하는거라고 착각해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고 그 모습에 놀라 도망간 게 전부였는데요.
그 뒤에도 어머니가 하는 양장점에서 일하는 동성애자인 여성 점원에게 추파를 던지는 등… 약간 껄렁껄렁한 성격이기는 했지만 나쁜 녀석은 아니었어요.
어찌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청년 빈센테는 로베르트에 의해 납치 당해요.
로베르트는 동료 의사인 풀헨시오를 불러 비센테를 성전환을 원하는 환자라고 속여 성전환 수술을 시켜버리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그를 대상으로 인공피부 인체 실험을 하고 점차 자신의 부인의 모습으로 바꾸기 시작해요.
인체 실험은 철저하게 로베르트만의 비밀 실험이었어요. 인공피부는 동물실험까지는 성공한 상태였지만 인체실험은 윤리적 문제로 불가능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로베르트가 비밀 실험을 한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었어요.
로베르트는 자신의 부인처럼 모습이 바뀐 비센테에 베라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데요.
베라는 감시카메라가 있는 방에 감금된 채 인공피부 실험을 당하는데요. 실험은 성공적이었지만 로베르트는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베라의 존재를 계속 경계하고 거리를 둬요.
하지만 그 물리적인 거리감은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심리적으로는 아주 가까워진 상태였는데요. 로베르트는 베라에 빠져들고 흠모하기 시작해요.
이 부분에서 김춘수의 “꽃”이 생각났어요.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이름은 상대에게도 자신에게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거 같아요:)
그녀는 로베르트의 죽은 부인의 얼굴을 한 무결점 피부의 새로운 존재가 된 건데요. 아무리 성전환이나 인공피부의 성공적 결실이라해도 비약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싶지만 결핍으로 발현된 고정관념이 정말 무섭구나 싶기도 한 부분이었어요.
베라는 로베르트에게 있어 더이상 딸의 성추행범이 아니었죠. 복수심으로 시작된 실험이 자신의 욕망충족 수단으로 바뀐 순간이었어요.
사실 로베르트의 이 무모한 비밀 연구가 성공할 수 있었던건 헌신적인 가정부인 마릴리아 덕분이었는데요.
그녀는 로베르트가 계획한 이 모든 일에 없어서는 안될 조력자였어요.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는데요. 바로 어머니로서의 혈육의 정때문이었죠. 그녀는 과거 여러 남자들과 관계가 있었고 길의 내연남이었던 체카라는 범법자와 로베르트의 친어머니이기도 했던거였어요. 그녀는 두 아들의 출생의 비밀에는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었어요.
로베르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일을 저지르고 쫓기던 체카는 어머니가 있는 로베르트의 집으로 도망오게 돼요. 그때 감시카메라 속 베라를 보게되고 그녀의 방에 침입해 그녀를 범하는데요. 그 사실을 발견한 로베르트가 체카를 죽여버려요.
마릴리아는 그제서야 체카가 로베르트의 배다른 형제라는 사실을 말해주는데요. 아무리 형제라지만 그리워한적도 없는 형제이니 특별한 감정은 없었고 단지 자신이 저지른 짓을 유기하기 위해 정신이 없을 뿐이었는데요.
달라진 점이라면 로베르트와 마릴리아의 단단한 유대관계가 진실이 드러나면서 깨져버린 사실이었어요.
로베르트의 욕망은 그와 함께 비센테를 성전환 수술했던 풀헨시오의 환멸을 통해서도 드러나는데요. 풀헨시오는 우연히 로베르트가 자신을 속여 비인간적인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를 비난하는데요.
베라는 스스로 원한 결과라며 로베르트를 위기에서 구해줘요. 풀헨시오라는 도망갈 기회가 왔음에도 그녀 스스로 로베르트의 곁에 머물거라는 확신을 준 거였는데요.
사실 베라는 다른 속내가 있었어요. 로베르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고 이 모든 일의 종지부를 찍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요.
로베르트는 더이상 베라를 의심하지 않아요. 절대 틈을 주지 않았던 철옹성이 순식간에 무너저 버린 순간이었어요.
베라는 달콤한 말로 속이며 자신의 존재를 부정시킨 로베르트를 망설임없이 처단해요.
이 영화는 피부같은(?) 거짓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정확히는 보여지는 겉모습이죠. 서로에 대해 파악하고 인지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겉모습이야말로 사실은 상대를 속이기에 가장 좋은 도구(?)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한편으로는 거짓이든 진실이든 중요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내가 믿고 싶은 부분만 믿고 싶어하면 정작 봐야할 진실이 보일리 만무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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